[여행과 사람] 이스라엘 무혼(武魂)의 상징, 마싸다

쿰란에서 남쪽으로 32킬로미터를 내려가면 다윗이 사울을 살려 주었다는 엔게디 국립공원(ein Gedi)을 만나게 되고, 이곳에서 다시 18킬로미터를 더 가면 유명한 관광지 마사다에 이르게 된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흥미롭고 또 많은 사람들이 찾는 마사다에서는 인내와 힘, 신앙과 굴복 그리고 야망과 비극적 종말의 순간을 생생히 그려 볼 수 있다. 이곳은 이스라엘 군인과 학생들의 필수 방문 코스로 선조들의 용기와 신념을 담아가곤 한다.

높은 산 위에 자리 잡은 마사다

마사다(히브리어로 요새라는 뜻)는 기원전 40년부터 기원전 30년 사이에 뛰어난 건축가이기도 했던 헤로데스(헤롯왕)에 의해 별장 혹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피난처로 지어졌다고 한다. 사해에서 멀지 않은 곳의 고도 410미터 산은 평지에서 솟아올라 상당한 높이이며, 정면은 깎아지른 직벽이고 정상에는 길이 600미터, 너비 320미터의 평탄한 지대가 천여 명의 군사를 수용할 수 있으니 가히 천혜의 요새라 할 수 있을 것이다.왕은 이곳에서 몇 년이고 살 수 있도록 빗물을 받아 저장할 수 있는 물 저장탱크와 곡물창고, 병기고를 만들었으며 호화스러운 궁전을 지었지만 일생 사용할 기회는 없었다 한다.

B.C. 68년 로마에 대항한 대반란이 시작되었을 때 마사다는 열심당파가 차지했고, 결국 그들은 이 요새에서 최후를 맞는다. 72년에 로마의 장군 플라비우스 실바가 마사다를 포위하고 공격을 시작하였으나, 난공불락의 요새를 어찌해 볼 도리 없이 속수무책 당하기만 했다. 로마군은 궁리 끝에 마침내 요새의 뒤쪽, 서쪽 능선의 경사로를 흙과 돌 그리고 나무로 쌓아 올려 마침내 요새와 같은 높이에 이르렀다. A.D 73년, 마사다의 꼭대기에서 저항하던 960명의 열심당은 포로가 되어 굴욕을 당하느니 자결을 선택하기로 하고 동이 트기 전에 차례로 죽음을 맞이한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순교를 택한 이들의 영웅담과 최정예 로마군을 맞아 두려움 없이 맞서 싸운 무용담은 우연히 살아남은 노파와 두 여자아이의 입으로 후세에 전해졌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 본 마사다의 전면

유적지는 기후와 지역 특성상 잘 보존되어 있으며 정교한 복원작업이 진행 중이다. 유적지 중 으뜸은 아래 협곡을 내다볼 수 있는 세 개의 바위 테라스 위에 지어진 헤로데스의 북쪽 궁전이다. 궁전 가까운 곳에는 화려한 모자이크 바닥과 벽화로 장식된 벽들이 있는 거대한 로마 스타일의 욕실이 있으며, 이외에도 유대교 세례욕실, 저장실, 전망탑, 그리고 마사다 역사와 관련된 예배당 같은 많은 건축물과 저장실, 채색된 도자기, 동전들과 같은 공예품들을 둘러볼 수 있다. 이곳은 2001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정상에서 로마군이 진을 쳤다는 곳과 흙과 돌, 나무로 돋우었다는 서쪽 경사로를 바라보면, 2천 년 전 전투의 함성, 절망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서로를 독려하는 결기 가득한 이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우수한 민족으로 이스라엘과 종종 비교되곤 했던 대한민국에서는 마사다와 같은 민족의 정기와 자긍심을 끌어 올릴 수 있는 곳을 떠올릴 수 없음은 아쉬운 일이다. 한강의 기적으로 세계에 회자되기 시작했던 70년대 중후반, 박정희 정권은 민족의 영웅 이순신장군을 모신 사당 현충사를 대대적으로 복원하고 그 곳을 마사다와 같은 성지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노력을 펼쳤다.

위란의 시대에 나라를 지켜낸 인물들과 그들의 업적을 알리고 기리기 위한 사업은 범국가적으로 진행되었다. 민족의 정기를 세우고 역사의식을 고양하기 위해 독립기념관을 건립하여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던 것도 바로 이 시기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독재의 상징이다시피한 박정희 대통령 이후 이와같은 국가적인 사업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국토순례 등 자라나는 세대에게 내 나라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고 미래를 위한 영감을 줄 수 있는 행사 역시 명맥이 모두 끊겨 버렸다.

세계 일류국가의 공통점은 국민들의 한결같은 나라 사랑이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것을 일생의 목표로 삼는 젊은이들이 선진국 문턱에 다다른 대한민국을 세계 초일류 국가로 만들어 낼 것이라는 생각, 만리 밖 이스라엘의 마사다에서 떠올린다.

코리아뉴스투데이 이한우 기자 hanwoolee@koreanewstoday.net